요즘 많은 부모들이 '우리 아이가 뒤처지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주변에서 세 살부터 영어 유치원을 준비하고, 다섯 살에 이미 한글과 수학을 마스터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공립 유치원 교사이자 '다섯 살 공부 정서'의 저자인 박금 교사는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뒤처짐'이 아니라 '지나침'이라고 강조합니다. 영유아기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교육이 올바른 방향인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조기교육의 역설, 학습부작용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많은 부모들이 빠르게, 더 많이 시작하지 않으면 아이가 뒤처질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SNS와 미디어를 통해 학군지 아이들의 치열한 학습 경쟁을 접하다 보면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생기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영유아기는 발달 특성에 대한 고려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입니다. 아이마다 발달하는 속도가 매우 다르고, 관심 있어 하는 분야와 배움을 이루어 가는 방식 또한 굉장히 다양합니다.
이러한 다양성과 개별성이 고려되지 않고 획일적인 교육 방식이나 지나치게 학습에 몰입된 방식의 교육에 노출되면, 아이들은 오히려 부작용을 겪게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객관적인 자료를 살펴보면 학군지에 있는 아이들이 소아 정신과 진료를 더 많이 받고, 초등학생 중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아이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흥미와 관심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많은 것을 가르치려 하면, 아이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공부는 정말 어렵고 힘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게 됩니다.
아이들은 원래 배우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고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을 즐기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처음 공부를 경험하는 지금 이 시점에 시기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가르침으로써,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배우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부정적인 인상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습니다. 공부는 단거리 경주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입니다. 지금 시기의 아이들은 그 마라톤 경기장에 아직 입장도 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일상에서 키우는 자기주도학습의 기초

아이들이 즐겁게 배우고 더 잘 배울 수 있게 하는 핵심은 자기주도학습입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자기주도를 학습에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경험해야만 이후 학교 과정에서도 자기주도학습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계속 가르쳐주기보다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그리고 자기의 일상생활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게 경험하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 번째 방법은 자기 주변과 자기의 물건을 스스로 정리하고 깨끗이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학습과 연결될 수 있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초등학교의 학습은 자기 가방에서 책과 물건을 꺼내고 그것을 책상에 펼쳐 놓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유치원 끝나고 집에 와서 가방에 들어 있는 물건들을 직접 정리하고, 준비물을 부모님과 함께 챙겨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가장 첫 번째 단계입니다.
두 번째는 하고 싶지 않아도 한번 시도해 보는 것, 그리고 하고 싶은 일도 한번 참아보는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은 굉장히 많은 것을 하고 싶어 하고 또는 하기 싫어합니다. 가정에서의 약속들 그리고 기관에서 지켜야 할 규칙들을 하나씩 경험해 보면서 자기조절이라는 것을 키우게 되는데, 이 자기조절은 학습에 있어서도 굉장히 큰 역할을 합니다. 공부를 잘하려면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참을 수 있어야 하고, 하기 싫은 것이 있어도 해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고 유치원에 늦게 가고 싶어도 시간에 맞추어 등원하는 것, 더 놀고 싶어도 시간이 되면 놀이를 중단하고 정리하는 것, 체육하기 싫어도 한번 공 던져보는 시도 등 작은 일상에서의 조절들이 결국 자기주도학습으로 연결됩니다.
세 번째는 직접 가르치는 역할을 아이가 해보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기가 설명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경험을 통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웁니다. 특히 교실 안에서 자기와 같은 친구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해 주고 놀이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는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방법들을 배워 나갑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녀와서 "엄마 뭐뭐에 대해서 알아? 나 유치원에서 배웠는데"라고 이야기할 때, "엄마 그거 잘 모르는데"라고 하면서 아이들이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많이 주는 것이 좋습니다.
학습보다 우선되어야 할 정서적안정과 여백의 시간'

지금 유아기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입니다.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란 유튜브를 보거나 TV를 보는 시간이 아니라, 아무런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배우고자 하는 그리고 즐겁게 놀고자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기에게 아무런 자극이 주어지지 않으면 자기 안에서 무엇을 할 때 재미있게 놀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내 주변에 어떤 물건들이 있고 어떤 재료들을 활용해서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해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들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기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그 시간 이후에 학원을 가는 등 자극이 계속 주어지는 경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결과적으로 자기 안에서 무엇을 끄집어낸다든지, 계속 들어온 정보나 자극들을 엮어 갈 시간이 너무 부족한 현실입니다.
또한 이 시기에 아이와 양육자가 가지는 정서적 유대는 그 아이의 평생 동안 이어진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만큼 너무나 중요합니다. 그런데 간혹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다 보니 아이와 관계가 너무 나빠졌고 계속 화를 내게 되고 아이는 울음으로 끝나는 경험들을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면서 관계를 망치면 엄마는 "아, 공부 못 가르치겠다" 하고 그만하면 되지만, 아이는 공부도 싫어지고 엄마와의 관계도 망치는 양쪽의 부정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럴 거라면 차라리 지금은 정서적 유대감에 훨씬 더 집중해서 엄마와 돈독한 관계를 쌓고, 가르침은 그것이 필요한 시기에 가르침을 잘하는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훨씬 더 이득일 수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우선시하는 것이야말로 아이의 건강한 성장과 학습 동기의 근간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지금 시기에 너무 매몰되어 긴 경주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인생도, 양육자의 인생도 평생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지금 영유아기 때 노후가 없는 것처럼 아이들 교육에 지나치게 몰입하거나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움이 되는지 꼭 점검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가 뒤처지지 않을까'보다 '너무 빠르고 많이 시작해서 생기는 부작용'을 경계하고, 학습보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우선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의 출발점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P9vwl2xkyo8